무덤이 아파트가 되다

Last Updated :
무덤이 아파트가 되다

계양산성박물관이 2026년 특별기획전 신비한 지하아파트를 열었다. 전시는 인천 계양구 갈현동 유적의 발굴 성과를 출발점으로 삼아 구석기시대부터 현대까지 이어진 우리나라 무덤 문화의 변화를 소개한다.

무덤을 여러 시대의 주민이 머무는 지하아파트로 풀어낸 점이 이번 전시의 특징이다. 관람객은 아파트의 층과 호수를 오가는 듯한 동선을 따라 각 시대의 장례 방식과 사후 세계관, 남겨진 사람들의 추모 방식을 차례로 살펴볼 수 있다.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고고학 주제를 어린이와 가족 관람객도 이해하기 쉽도록 구성했다.

전시 일정과 관람 정보

전시명2026 특별기획전 신비한 지하아파트
전시 기간2026년 10월 21일부터 2027년 2월 14일까지
전시 장소계양산성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
박물관 주소인천광역시 계양구 계양산로 101, 계산동 548-14
운영 시간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휴관일매주 월요일
박물관 문의계양산성박물관 032-552-8313

계산역 5번 출구에서 계양산 방향의 오르막길을 따라 약 639m 걸으면 왼쪽에서 박물관을 확인할 수 있다.

일반 관람료는 19세 이상 64세 이하 성인 1천 원, 군경 500원이다. 19세 미만과 65세 이상은 무료다. 특별전 개최를 기념해 2026년 10월 21일부터 11월 29일까지는 박물관 무료 관람이 시행된다.

갈현동에서 발견된 시간의 층

예로부터 계양 일대는 서해와 한강 하류를 잇는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오랜 생활 터전이 됐다. 현재 갈현체육공원이 자리한 곳에서도 여러 시대의 흔적이 확인됐다.

발굴 조사에서는 청동기시대 주거지와 삼국시대 가마, 통일신라시대 석실묘, 조선시대 토광묘와 회곽묘가 층층이 드러났다. 전시는 이 갈현동 유적을 중심축으로 삼아 우리 땅에서 무덤의 모습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시대순으로 보여준다.

전시장에서는 계양구 캐릭터인 시간 요정 신비가 수천 년 전 땅속의 지하아파트로 관람객을 안내한다. 신비의 친구 은비도 곳곳에 등장한다. 만화를 연상시키는 포스터와 캐릭터 중심의 설명은 어린 관람객이 역사와 고고학에 자연스럽게 접근하도록 돕는다.

지하 7층 구석기시대

가장 깊은 지하 7층은 구석기시대다. 이 공간은 청주 두루봉동굴 흥수굴에서 발견된 흥수아이를 중심으로 당시 사람들의 애도와 장례 흔적을 조명한다.

흥수아이는 한국 구석기 유적에서 인골이 거의 온전한 상태로 나온 드문 사례로 소개된다. 전시 영상에서는 약 4만 년 전 살았던 다섯 살 아이의 모습을 다룬다. 유골 위에서 확인된 붉은 흙과 국화 꽃가루는 어린아이의 안식을 빌었던 당시 사람들의 마음을 보여주는 자료로 제시된다.

청주 두루봉동굴의 2굴과 흥수굴 등에서는 화덕자리와 뼈 연모, 여러 석기가 출토됐다. 이는 동굴에서 이뤄진 거주와 사냥, 도살 행위를 보여준다. 2굴과 9굴에서 발견된 얼굴 모양 예술품과 사슴뿔 목걸이는 구석기인의 미적 감각을 전한다. 2굴에서 덩어리진 채 확인된 진달래꽃가루도 당시 사람들의 생활과 감수성을 살펴보게 하는 자료다.

지하 6층 신석기시대

지하 6층에서는 바닷가에 삶의 터전을 마련했던 신석기 사람들의 무덤을 만난다. 이들은 생활 공간 가까이에 공동 묘지를 만들었다.

신석기 집단 묘지인 부산 가덕도 장항유적에서는 48기의 무덤이 확인됐다. 고인의 몸과 함께 묻힌 옥 목걸이와 조개 팔찌는 당시의 장신구 문화와 장례 모습을 보여준다.

이곳에서 출토된 48구의 인골 가운데 3명에게서는 외이도 골종이 발견됐다. 찬 바닷물에 오랫동안 노출된 현대의 해녀나 잠수부에게 나타나는 특징으로 알려진 흔적이다. 전시는 이를 통해 가덕도 사람들이 바다에서 식량을 구하며 살아갔던 생활상을 설명한다.

지하 5층 청동기시대

지하 5층의 주인공은 거대한 고인돌이다. 농경이 본격화하고 강한 권력을 지닌 우두머리가 등장하면서 많은 사람이 힘을 모아 큰 무덤을 만들었다.

강화와 고창, 화순의 세계유산 고인돌은 집채만 한 뚜껑돌을 올린 대규모 무덤이다. 무덤에 함께 묻힌 귀한 유물은 당시 지배자의 권력을 보여준다.

한편 계양 갈현동 청동기시대 집터에서 나온 유물은 거대한 무덤을 만들었던 사람들의 일상도 전한다. 이들은 평소 농사를 짓고 옷을 만들어 입으며 생활했다. 전시는 거대한 고인돌과 소박한 생활 유물을 함께 배치해 청동기시대 사회의 여러 모습을 이해하도록 구성했다.

지하 401호 고구려

지하 401호는 고구려 무덤을 다룬다. 고구려인은 죽음을 끝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시작으로 여겼다.

초기에는 돌을 피라미드처럼 쌓아 올린 돌무지무덤을 만들었다. 이후 돌방무덤이 유행하면서 무덤의 벽과 천장에는 생전의 생활상과 무덤을 지키는 사신도, 해와 달, 별자리가 그려졌다. 무덤은 시신을 안치하는 곳을 넘어 사후 세계를 표현하는 공간으로 변화했다.

지하 402호 백제

지하 402호에서는 백제의 무덤 문화가 펼쳐진다. 백제 무덤은 수도가 옮겨지는 과정에서 새로운 양식으로 발전했다.

한성시기의 돌무지무덤에서 웅진시기의 벽돌무덤을 거쳐 사비시기에는 굴식돌방무덤과 독무덤 등 여러 형태가 나타났다. 무령왕릉은 백제 제25대 무령왕의 능으로, 삼국시대 왕릉 가운데 주인이 명확하게 밝혀진 무덤으로 소개된다.

전남 영산강 유역에서는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만큼 큰 전용 항아리를 무덤으로 사용한 독특한 문화가 형성됐다. 전시는 이 지역에 살았던 마한 사람들의 독무덤을 통해 지역마다 달랐던 장례 문화를 함께 보여준다.

지하 403호 신라

지하 403호는 황금 유물과 돌무지덧널무덤으로 대표되는 신라의 공간이다. 나무로 만든 덧널 위에 많은 돌을 쌓고 두꺼운 흙으로 덮은 구조는 외부 침입을 어렵게 했다. 이 때문에 신라 무덤의 여러 보물이 비교적 온전하게 남을 수 있었다.

왕의 무덤에는 금으로 만든 화려한 물품이 들어갔고, 귀족 무덤에는 당시의 생활 모습을 담은 토우도 함께 묻혔다. 유물은 신라인의 일상과 사후 세계에 대한 생각을 동시에 전한다.

금령총은 6세기 초 어린 왕족이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무덤이다. 작은 금관과 짧은 금허리띠의 크기를 바탕으로 무덤의 주인이 다섯 살에서 여섯 살 정도였을 것으로 짐작한다. 국보 기마인물형토기를 비롯한 여러 껴묻거리는 어린 왕족의 평안과 존엄이 다음 세상에서도 이어지기를 바랐던 당시의 장례관을 보여준다.

지하 3층 통일신라

통일신라시대에는 앞선 시기의 거대한 무덤 대신 비교적 실용적인 돌방무덤이 선택됐다. 무덤의 크기가 작아지면서 내부에 넣는 껴묻거리의 양도 줄었다.

인천 갈현동 유적에서는 통일신라시대 돌방무덤 5기가 확인됐다. 깬돌을 차곡차곡 쌓아 벽을 만들고 바닥에는 작은 자갈을 깔아 시신을 모실 자리를 마련했다.

갈현동 4호 돌방무덤에서는 긴목항아리와 함께 그릇을 깨뜨려 묻는 토기 훼기의 흔적이 확인됐다. 전시는 이러한 장례 행위를 통해 고인을 떠나보내며 안식을 빌었던 신라인의 마음을 살펴본다.

지하 2층 고려시대

지하 2층은 불교문화가 널리 퍼졌던 고려시대다. 고려의 무덤은 신분에 따라 여러 형태로 나뉘었다.

통일신라시대에 왕실과 귀족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화장과 뼈항아리 문화는 고려시대에 불교가 확산하면서 왕실부터 노비까지 여러 계층이 참여하는 장례 풍습으로 자리 잡았다.

강화의 고려 왕릉은 13세기 몽골 침략에 맞서 수도를 강화로 옮긴 강도 시기에 세상을 떠난 왕과 왕후가 묻힌 곳이다. 전쟁과 도굴로 훼손됐지만 정교한 석조물과 고려청자, 금박 장식 등을 통해 당시 왕실 무덤의 품격을 확인할 수 있다.

지하 101호 조선시대

지하 101호에서는 유교 질서를 바탕으로 한 조선시대 무덤을 소개한다. 조선에서는 부모에게 받은 몸을 온전히 보존하는 것을 효의 시작으로 여겼다. 이에 따라 불교식 화장을 금지하고 시신을 땅속에 묻는 토광묘를 조성했다.

인천 갈현동 유적에서는 조선시대 토광묘 40기가 확인됐다. 일부 무덤에는 벽면에 작은 벽장인 편방을 마련하고 백자 그릇과 수저, 도기병을 놓았다. 고인에게 생전과 같은 밥상을 차려 보내려 했던 장례 모습이 유물을 통해 드러난다.

지하 102호 미라 아파트

지하 102호는 조선시대 회곽묘와 미라를 다룬 공간이다. 2002년 경기도 파주시에서 출토된 파평 윤씨 모자 미라는 출산 과정에서 숨진 산모와 태아가 함께 보존된 드문 사례로 소개된다.

1989년 대구에서 출토된 진주 하씨 미라는 남편과 주고받은 100여 통의 한글 편지와 함께 조선시대 부부의 생활상을 전한다.

조선시대 회곽묘는 석회와 모래, 흙을 다져 단단한 벽을 만드는 방식이다. 물과 공기, 벌레와 나무뿌리의 침투를 막고 내부를 밀폐해 시신과 의복, 편지 등 여러 자료가 오랜 시간 남을 수 있었다. 전시는 이를 통해 조선시대 사람들의 장례 방식뿐 아니라 당시 생활사까지 들여다보게 한다.

지상 1층 현대의 기억

지상 1층은 현대의 장례 문화를 기억의 아파트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오늘날의 봉안시설과 자연장은 과거의 무덤과 형태는 다르지만, 고인을 그리워하고 추모하는 마음이 이어지는 안식처라는 점에서는 맞닿아 있다.

시대에 따라 무덤의 크기와 재료, 장례 절차는 달라졌지만 떠난 사람을 기억하려는 마음은 이어졌다. 전시는 무덤을 삶과 단절된 공간이 아니라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기억이 만나는 장소로 바라본다.

구석기의 붉은 흙과 꽃가루, 신석기의 조개 팔찌, 청동기의 고인돌, 삼국시대의 벽화와 황금 유물, 조선시대의 마지막 밥상과 편지는 모두 고인을 보내는 방식이자 당시 사람들이 살아온 모습을 보여주는 기록이다. 관람 동선의 끝에서는 죽음을 통해 현재의 삶과 기억의 의미를 되짚게 한다.

가족 교육프로그램

2026년 11월 매주 일요일에는 가족 대상 교육프로그램 알록달록 계양산성이 진행된다. 참가 가족은 계양산성과 관련 유물의 역사를 듣고 전통 한지로 등을 만들어 볼 수 있다.

교육에서는 닥나무 껍질을 원료로 하는 한지의 제작 과정과 지화공예, 지호공예, 지장공예, 지승공예 등 여러 한지공예 기법을 소개한다. 이어 부모와 초등학생이 한 조를 이뤄 한지 소원 등을 완성한다. 지승공예 기법도 일부 활용해 전통 한지가 생활 소품과 예술 작품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도록 구성했다.

교육실에서는 가족들이 재료를 나누고 서로의 작업을 도우며 등을 완성한다. 전시실에서 시대별 무덤 문화를 살펴본 뒤 전통 재료를 손으로 다루는 과정이 이어져 역사 이해와 체험 활동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프로그램 일정과 참여 방법에 관한 문의는 계양산성박물관에서 안내한다.

한눈에 보는 관람 핵심

  • 갈현동 유적의 발굴 성과를 토대로 우리나라 무덤의 변천사를 살펴볼 수 있다.
  • 지하아파트의 층과 호수를 이동하는 방식으로 구석기부터 현대까지 시대별 전시가 이어진다.
  • 신비와 은비 캐릭터가 어린이 관람객의 시간 여행을 돕는다.
  • 2026년 11월 29일까지 특별전 기념 무료 관람이 시행된다.
  • 2026년 11월 매주 일요일에는 가족 대상 한지 등 만들기 교육이 진행된다.

신비한 지하아파트는 무덤의 외형만 나열하는 전시가 아니다. 발굴 유물과 무덤 구조를 통해 옛사람의 생활, 가족을 떠나보낸 방식, 죽음 이후를 바라본 생각을 함께 읽도록 마련됐다. 계양 갈현동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한반도 곳곳의 무덤과 유적으로 확장되며 수만 년 동안 이어진 추모의 역사를 한자리에서 보여준다.

무덤이 아파트가 되다
무덤이 아파트가 되다
무덤이 아파트가 되다 | 인천진 : https://incheonzine.com/6391
서울진 부산진 경기진 인천진 대구진 제주진 울산진 강원진 세종진 대전진 전북진 경남진 광주진 충남진 전남진 충북진 경북진 찐잡 모두진
인천진 © incheonzine.com All rights reserved. powered by modoo.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