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에 번진 덕호의 낭만

스산한 바람이 불던 2026년 10월의 어느 가을밤, 갈산 U1센터 옥상정원이 라이브 음악과 관객의 온기로 채워졌다. 반복되는 일상과 출퇴근길의 피로를 잠시 내려놓을 수 있도록 마련된 무대에는 밴드 슈퍼키드의 메인 보컬이자 싱어송라이터인 덕호가 올랐다.
탁 트인 옥상정원 주변으로 어둠이 내려앉자 빌딩 사이에서 울려 퍼지는 노랫소리가 한층 또렷해졌다. 날씨는 옷깃을 여밀 만큼 쌀쌀했지만, 공연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시선은 무대를 향했다. 특별 호스트로 참여한 싱어송라이터 해원의 차분한 목소리가 공연의 문을 열면서 현장에는 서서히 따뜻한 분위기가 번졌다.
가을바람과 함께 시작된 옥상 공연
이번 공연은 일반적인 실내 공연장이 아닌 야외 옥상정원에서 진행됐다. 리허설 도중 서류가 날릴 정도로 바람이 강하게 불었지만, 야외 공간의 특성은 공연만의 색다른 정취를 만들었다. 짙어진 밤하늘과 달빛, 빌딩 사이로 흐르는 음악이 어우러지며 도심 한가운데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장면이 펼쳐졌다.
덕호의 첫 소절이 울려 퍼지자 관객들은 무대에 집중했다. 호소력 짙은 목소리는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옥상정원 곳곳으로 퍼졌다. 화려한 장치보다 노래와 이야기 자체에 중심을 둔 무대였고, 관객들은 곡이 이어질 때마다 박수와 노래로 호응했다.
도심의 옥상이라는 일상적인 장소가 음악을 통해 휴식과 교감의 공간으로 바뀐 순간이었다. 실내 공연과 달리 바람과 주변의 야경, 계절의 기온까지 공연의 일부가 됐다.
일상의 순간을 노래한 덕호
덕호는 무대에서 자신의 음악 활동과 일상에 관한 이야기를 관객에게 전했다. 그는 “낭만이 밥을 먹여주지는 않지만, 입맛을 살려준다”고 말했다. 생계를 직접 해결해 주지는 못하더라도 삶을 이어갈 활력과 여유를 되찾게 해주는 낭만의 의미를 유쾌하게 표현한 말이었다.
공연의 곡들은 덕호의 자전적인 경험과 평범한 하루의 감정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그는 자신의 평온한 일상을 담은 데뷔곡으로 무대를 열었다. 매일 마시는 아메리카노처럼 소박하고 꾸밈없는 분위기의 곡이 첫인사를 대신했다.
이어 단발성 프로젝트로 끝날 수 있었지만 웹 애니메이션 공모전 수상을 계기로 음악 활동을 계속하게 해준 곡도 선보였다. 유쾌한 제목과 달리 애틋한 사랑의 감정을 담은 노래로 소개되면서 반전된 정서를 전했다. 원문에서 해당 곡명은 확인되지 않아 별도로 기재하지 않았다.
관객과 함께 만든 가을밤의 합창
덕호는 이날 크라잉넛과 김광석의 노래도 관객들과 함께 불렀다. 익숙한 선율이 시작되자 객석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목소리가 더해졌다. 가을바람과 노랫소리가 겹친 합창 무대에서는 공연자와 관객의 경계가 한층 가까워졌다.
노래가 끝난 뒤에는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 틈에서 들려온 귀뚜라미 소리도 야외 무대의 분위기를 구성했다. 인위적으로 연출하기 어려운 자연의 소리와 도심 풍경이 음악의 여운을 이어가며 옥상 공연의 특징을 선명하게 보여줬다.
무대에는 지친 자신을 낯선 곳으로 데려가 위로하고 싶었던 마음에서 만든 곡을 비롯해 최근 발매한 EP 수록곡과 슈퍼키드의 신나는 노래가 차례로 올랐다. 원문에 일부 곡명이 빠져 있어 확인되지 않은 제목은 덧붙이지 않았다. 차분한 이야기와 서정적인 노래로 시작된 공연은 후반부로 갈수록 활기찬 분위기로 전환됐다.
20년 음악 활동이 전한 꾸준함
덕호는 약 20년 동안 음악을 이어온 과정도 이야기했다. 결과에만 연연하기보다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계속하는 것 자체를 보너스로 여긴다는 생각을 밝혔다. 오랜 시간 무대에 서 온 음악인의 태도가 그의 노래와 대화를 통해 관객에게 전달됐다.
특히 최근 힘든 치료의 시간을 이겨낸 뒤 무대에 선 그의 모습은 공연에 또 다른 의미를 더했다. 덕호는 밝은 에너지로 노래를 이어갔고 관객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개인적인 어려움을 과장해 내세우기보다 다시 무대에 올라 음악을 들려주는 데 집중한 모습이었다.
꾸준히 좋아하는 일을 이어가는 힘과 평범한 하루에서 낭만을 발견하는 태도가 이날 공연을 관통한 핵심이었다. 쌀쌀했던 옥상정원은 공연이 계속될수록 음악을 함께 듣고 감정을 나누는 포근한 문화 공간으로 변해갔다.
퇴근길에 만난 도심 속 문화 무대
공연에서는 퇴근길에 우연히 들은 덕호의 노래 한 곡을 통해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다는 관객의 사연도 소개됐다. 한 곡의 음악이 지친 일상에 짧은 쉼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관객들은 노래뿐 아니라 공연 중 오간 대화에도 귀를 기울였다.
이번 무대는 멀리 떠나지 않아도 생활권 안에서 문화예술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옥상정원이라는 열린 장소를 활용한 공연은 도심의 익숙한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게 했다. 시민이 가까운 곳에서 음악을 접하고 함께 호흡할 기회를 넓혔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었다.
문화공간 시소의 공연은 2026년 11월에도 이어질 예정이다. 다만 원문에는 다음 공연의 정확한 날짜와 출연진, 예약 방식이 제시되지 않았다. 확인되지 않은 일정이나 신청 방법은 추가하지 않았다.
가을밤의 차가운 바람 속에서 시작된 공연은 노래와 이야기, 관객의 합창이 어우러진 따뜻한 시간으로 마무리됐다. 갈산 U1센터 옥상정원에 모인 이들은 일상의 피로를 잠시 내려놓고 음악이 만든 여유를 나눴다. 이날 무대는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도 한 곡의 노래와 짧은 만남이 평범한 하루를 특별하게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