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현동 삶이 역사가 되다

삶의 기록이 마을의 시간이 되다
골목마다 주민들의 온기와 추억이 쌓여 있는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에서 개인의 삶을 마을의 역사로 조명하는 전시가 열렸다. 토지금고 마을박물관은 2026년 미추홀구 마을박물관 연계 시민참여형 아카이브 사업인 마을 사색 전 4色 사색하다의 하나로 한 뼘 전시를 선보였다.
이번 전시는 토지금고 마을박물관을 비롯해 독정이 마을박물관, 쑥골 마을박물관, 염전골 마을박물관 등 미추홀구의 네 마을박물관이 함께 마련했다. 주민과 관계자들이 직접 마을을 걷고 사람들을 만나 수집한 사진과 서류, 생애 기록을 각 마을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시민참여형 전시다.
전시의 중심에는 이름 없이 흩어질 수 있었던 개인의 기록이 모여 하나의 마을 역사가 되는 과정이 놓여 있다. 빛바랜 앨범과 손때 묻은 서류는 단순한 옛 물건에 머물지 않고, 용현동에서 일하고 가족을 돌보며 살아온 주민들의 시간을 보여주는 기록물로 관람객을 맞는다.
주민이 발굴하고 보존한 용현동의 기억
전시 개막 자리에서는 개인의 기록이 공동체의 기억으로 확장되는 의미가 강조됐다. 미추홀학산문화원 박상희 사무국장은 개인의 추억 속에 머물 수 있었던 기록을 통해 옛 대성목재의 풍경과 1970년대 용현동 노동자들의 삶, 주민들의 소소한 일상이 다시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서로의 기록을 함께 보고 당시의 기억을 나누는 과정에서 이른바 기억 공동체가 형성된다는 취지다.
마을박물관은 주민이 자신들의 기록을 직접 찾고 보존하는 기록 자치의 거점으로 소개됐다. 일부 사람이나 기관만이 아니라 평범한 주민도 기록의 주체가 된다는 점에서 기억의 민주화라는 의미도 함께 제시됐다. 개막 현장에 모인 주민과 관계자들은 오래된 사진과 자료를 살펴보며 용현동의 변화와 주민들의 삶을 차분히 되짚었다.
전시장에는 분홍빛 패널 위에 사진과 관련 기록이 나란히 배치됐다. 생활의 표정이 담긴 사진과 기록물은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마을사를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구체적인 이야기로 전달한다. 관람객들은 사진 속 인물과 장소, 일상의 장면을 따라가며 개인의 시간이 마을 전체의 시간과 어떻게 맞닿는지 확인할 수 있다.
앨범에 남은 김승란의 삶
토지금고 마을박물관 전시는 마을 큐레이터로 참여하고 자신의 기록을 제공한 김승란 씨와 김홍우 씨의 생애를 주요 축으로 구성했다. 두 사람의 삶은 용현동이 변화해 온 과정과 겹쳐지며 지역의 생활사와 산업사를 함께 보여준다.
김승란 씨의 앨범에는 대성목재 사무실에서 근무했던 청춘 시절이 담겨 있다. 눈이 내리던 날 옛 용현동 집의 장독대를 촬영한 사진도 전시됐다. 일터의 모습뿐 아니라 집과 가족, 계절의 풍경까지 한 주민이 살아온 시간이 여러 장면으로 이어진다.
앨범에서는 7년 만에 얻은 막내아이의 성장 과정도 확인할 수 있다. 아이를 정성껏 키우며 이어온 가족의 시간은 개인적인 기억인 동시에 당시 용현동 주민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자료가 됐다.
김승란 씨는 전시 참여 소회로 정직하게 잘 살아야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다는 뜻을 전했다. 이 말은 사진과 기록을 남기는 일을 넘어 다음 세대에 어떤 삶을 전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대목으로 소개됐다.
대성목재와 함께한 김홍우의 청춘
김홍우 씨가 간직한 대성목재의 기억도 전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김 씨는 1959년 입사한 뒤 1995년 정년퇴직할 때까지 근무했으며, 재직 기간 동안 12명의 사장을 거쳤다고 전했다. 한 직장에서 보낸 긴 세월은 대성목재와 용현동이 함께 변화한 시간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김 씨의 회고에 따르면 공장에서는 국내용 합판을 생산하기 위해 24시간 맞교대 근무가 이뤄졌고, 하루 생산량은 1만 장에 달했다. 전시에서는 이 같은 기억을 1960년대 공장의 활기와 당시 노동자들의 생활을 보여주는 이야기로 다뤘다.
공장의 생산 기록은 기업의 역사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곳에서 청춘을 보낸 노동자와 가족, 공장 주변에서 형성된 마을의 삶까지 연결되면서 한 기업과 지역이 오랜 세월 함께 호흡해 온 모습을 드러낸다. 김홍우 씨의 생애 기록은 용현동 산업 현장의 변화가 주민의 삶과 떨어져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자료로 전시됐다.
사진과 서류로 읽는 생활사
이번 전시에 놓인 기록물은 거창한 사건보다 주민들의 일상에 시선을 맞춘다. 직장에서 일하던 모습과 집 안팎의 풍경, 아이가 자라는 과정, 오랫동안 몸담은 공장의 기억이 차곡차곡 이어진다. 각각의 자료는 한 사람의 삶을 설명하면서 동시에 같은 시대를 살아온 이웃들의 기억을 불러낸다.
오래된 사진 한 장은 당시의 집과 거리, 옷차림과 생활환경을 보여준다. 손때가 남은 서류는 주민이 어느 곳에서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뒷받침한다. 사진과 문서, 당사자의 설명이 함께 놓이면서 관람객은 용현동의 과거를 보다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현장에는 기록을 내놓은 주민과 전시를 준비한 마을 큐레이터, 문화원 관계자들이 함께했다. 따뜻한 간식과 웃음이 오간 개막 공간은 마을 사람들의 생애를 함께 기억하는 자리답게 정겨운 분위기를 보였다. 전시 패널 앞에서는 오래된 장면을 알아보거나 서로의 기억을 나누는 모습이 이어졌다.
네 마을박물관이 잇는 시민 아카이브
마을 사색 전은 네 곳의 마을박물관이 각 지역에서 발굴한 기록을 하나의 시민 아카이브로 연결하는 사업이다. 토지금고 마을박물관 전시는 그 가운데 용현동 주민의 생애와 대성목재를 중심으로 마을의 변화를 살펴보는 자리다.
- 토지금고 마을박물관 주민의 생애 기록과 용현동의 변화
- 독정이 마을박물관 시민참여형 마을 기록 연계
- 쑥골 마을박물관 시민참여형 마을 기록 연계
- 염전골 마을박물관 시민참여형 마을 기록 연계
수집된 기록은 미추홀 시민 아카이브 온라인 플랫폼에 보관돼 더 많은 시민과 공유될 예정이다. 네 마을박물관이 모은 자료와 활동 결과는 2026년 11월 10일 학산소극장에서 열리는 성과공유회에서도 소개될 예정이다.
전시 일정과 관람 장소
| 전시명 | 마을 사색 전 4色 사색하다 토지금고 마을박물관 한 뼘 전시 |
|---|---|
| 장소 | 토지금고 마을박물관 |
| 전시 기간 | 2026년 11월 6일까지 |
| 현장 전시 일정 | 2026년 10월 24일 |
| 성과공유회 | 2026년 11월 10일 학산소극장 |
| 연계 기관 | 미추홀학산문화원과 미추홀구 네 마을박물관 |
토지금고 마을박물관의 한 뼘 전시는 2026년 11월 6일까지 이어진다. 전시는 주민의 앨범과 문서에서 출발해 용현동이라는 마을의 시간으로 시선을 넓힌다. 오래 살아온 동네의 옛 모습과 이웃들의 생애, 대성목재를 중심으로 이어진 노동의 기억을 한 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
한 사람의 평범한 하루도 기록으로 남으면 다음 세대가 마을의 역사를 이해하는 출발점이 된다. 이번 전시는 주민이 직접 기록의 주체로 참여하고, 공공 문화공간이 이를 보존해 시민과 공유한다는 점을 사진과 생활 자료를 통해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