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산이 교실이 된 날

가을이 시작된 2026년 10월, 계양산 목상동 솔밭이 아이들을 위한 특별한 배움터로 변했다. 나무 사이에는 밧줄이 걸렸고, 숲길 곳곳에서는 거미줄과 가을의 흔적을 찾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이날 열린 프로그램은 계양교육혁신지구 계양마을학교의 ‘계양아놀자 SUP 숲놀이터’다. 접수를 시작한 지 반나절 만에 마감될 만큼 높은 관심을 받은 프로그램으로, 자연 관찰과 숲밧줄놀이를 한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9년 동안 이어진 숲밧줄놀이
숲놀이터를 이끈 모임은 ‘숲에내리는 꿈동아줄’이다. 숲밧줄놀이지도자 과정을 이수하고 자격증을 취득한 강사들이 밧줄놀이와 자연 생태를 함께 배우고 연구하고 있다.
강사들은 2017년 계양구가 운영한 지도자 양성과정에서 처음 만났다. 이후 학습동아리로 인연을 이어오며 9년째 활동하고 있다. 이날 현장에서는 솔바람, 바람꽃, 조약돌, 삥이라는 자연 이름을 사용하는 강사들이 아이들을 맞았다.
숲에 들어선 아이들은 정해진 놀이기구만 이용하는 대신 주변의 나무와 낙엽, 열매와 생물의 흔적을 직접 살폈다. 강사들은 아이들이 관찰한 내용을 이해하기 쉬운 말로 설명하며 숲속 활동을 이끌었다.
가을 숲에서 수행한 세 가지 미션
이날 아이들에게 주어진 미션은 거미줄 찾기, 가을 색 찾기, 가을 열매 찾기였다. 숲길을 걷던 아이들은 나무껍질을 자세히 살펴보며 밤나무를 구별하는 방법을 배웠다. 땅에 떨어진 밤송이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그 안에 아직 밤이 남아 있는지 꼼꼼하게 확인했다.
딱따구리가 구멍을 낸 나무 앞에서는 걸음을 멈췄다. 나무에 남은 흔적을 관찰하며 숲속 생물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살펴보는 시간이었다. 눈에 잘 띄지 않던 작은 자국도 아이들에게는 자연의 모습을 이해하는 단서가 됐다.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관찰 대상은 무당거미였다. 아이들은 거미줄 한가운데 자리한 무당거미를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거미가 실을 뽑아내는 모습에도 시선을 집중했다.
강사들은 무당거미가 한 해를 살고 알집을 남긴 뒤 생을 마감한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은 추워지는 계절을 앞둔 거미의 한살이를 배우며, 가을 숲에서 일어나는 생명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이해했다.
코끝으로 발견한 계절의 변화
‘향기 나는 숲 찾기’ 활동에서는 시각뿐 아니라 후각도 중요한 관찰 도구가 됐다. 아이들은 누리장나무 잎을 손으로 구긴 뒤 그 안에서 퍼지는 독특한 향을 맡아봤다.
계수나무 아래에서는 달콤한 향이 나는 낙엽을 발견했다. 계수나무는 동요 ‘푸른 하늘 은하수’에도 등장하는 나무다. 아이들은 바닥에 떨어진 계수나무 잎을 하나씩 모아 자연 방향제를 만들었다.
나무와 낙엽은 바라보는 대상에 머물지 않았다. 아이들은 직접 만지고 냄새를 맡으며 각 식물이 지닌 특징을 확인했다. 숲을 걸으며 발견한 향기는 가을의 변화를 몸으로 느끼게 하는 또 하나의 수업이 됐다.
날마다 달라지는 밧줄 놀이터
숲을 한 바퀴 돌아 자연을 관찰한 뒤에는 밧줄놀이가 이어졌다. 나무 사이에 설치된 슬랙라인과 밧줄 그네가 이날의 놀이기구였다.
밧줄은 나무에 곧바로 묶지 않았다. 먼저 나무 표면에 초록색 보호대를 두르고, 그 위에 밧줄을 매는 방식으로 설치했다. 숲의 나무를 놀이에 활용하면서도 나무를 보호하기 위한 과정이 함께 진행됐다.
수업을 진행한 삥 강사는 정해진 놀이터가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숲밧줄놀이터이기 때문에 방문할 때마다 모습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또한 아이들이 달라지는 놀이 환경에서 대처 능력과 협동, 배려를 배운다고 전했다.
조약돌 강사는 자연 속에서 노는 아이들이 자연을 닮아가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현장의 아이들은 밧줄 위에서 균형을 잡고 서로의 움직임을 살피며 놀이를 이어갔다. 혼자 빠르게 움직이는 것보다 주변을 살피고 함께 맞춰가는 과정이 중요한 활동이었다.
놀이가 생명 존중의 배움으로
계양산 숲놀이터에서는 자연 관찰과 놀이가 따로 나뉘지 않았다. 딱따구리가 남긴 구멍을 살피고, 거미줄 위의 무당거미를 관찰하며, 계수나무 낙엽의 향기를 맡는 모든 과정이 계절을 이해하는 배움으로 이어졌다.
숲에서 즐겁게 놀아본 아이들은 나무와 숲이 왜 필요한지 활동 속에서 접하게 된다. 눈앞의 생물을 자세히 바라보고 식물의 특징을 알아가는 경험은 자연을 이해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을 키우는 밑바탕이 된다.
아이들에게 숲은 마음껏 뛰노는 놀이터인 동시에 살아 있는 교실이었다. 아이들이 숲과 가까워지고 자연을 닮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은 계양마을학교 숲놀이터가 해마다 이어지는 이유가 되고 있다.
